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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목적으로 세운 법인 계좌, 대표이사가 써도 '타인 명의 거래'

전담팀
조세

범죄 목적으로 세운 법인 계좌, 대표이사가 써도 '타인 명의 거래'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5도676 판결



I. 사안의 개요

피고인들은 상품권 매매업체인 것처럼 가장한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의 대표이사 등을 피고인들 중 일부로 등재하였습니다. 이후 인터넷 도박 범죄조직 등에 해당 법인 명의의 계좌를 제공하고, 위 계좌로 송금된 범죄수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범죄조직원들에게 전달한 후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검사는 이를 탈법행위 등의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는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기소하였으나, 원심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법인 명의 계좌를 사용하는 것은 법인이 기관을 통해 자신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II.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법인 명의 계좌를 사용한 금융거래가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의 '타인의 실명으로 한 금융거래'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원심의 논리는 회사법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것이었습니다. 법인은 대표이사를 통해 활동하므로, 대표이사가 법인 명의 계좌를 사용하는 것은 법인이 자기 명의로 거래하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법인 명의의 거래라도, 실질적으로 행위자가 자신의 범죄를 위하여 법인의 명의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타인의 실명으로 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 제6조 제1항).


나아가 대법원은 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으로 ① 법인의 설립 목적과 경위, ② 금융거래 계좌의 개설 경위와 이용 현황, ③ 법인의 실제 운영 현황과 방식, ④ 금융거래 대상 자금의 조달방법 및 사용내역, ⑤ 법인의 활동과 행위자의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 ⑥ 법인의 형해화 정도, ⑦ 금융거래에 따른 실질적 이익의 귀속 주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습니다.




III. 판결의 시사점


대표이사가 법인 명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는 회사법의 원리상 '법인이 자기 명의로 거래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원심도 이 논리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는 회사법 원리에 충실한 해석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금융실명법의 규율 목적은 회사법상 대표권의 귀속 문제가 아니라, 불법·탈법적 목적을 위한 타인 명의 금융거래의 차단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3항, 제6조 제1항). 법인격이 처음부터 범죄 수단으로 설립된 경우라면, 대표이사와 법인 사이의 형식적 동일성은 금융실명법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법인의 형해화 정도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법인이 설립 목적에 따른 실질적 영업을 전혀 하지 않았고, 금융거래의 이익이 법인이 아닌 행위자에게 귀속되었다면, 대표이사 명의의 법인 계좌 사용도 금융실명법 위반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자금세탁 목적의 유령법인 설립이 빈번한 현실에서, 이 판결은 그 처벌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IV. 법무법인 시완의 전략


유령법인을 이용한 금융실명법 위반 사건에서 법무법인 시완은 다음과 같이 접근합니다.


피고인을 대리하는 경우, 대법원이 제시한 7가지 판단 기준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을 집중적으로 부각합니다. 법인이 실제 영업 활동을 일부라도 수행하였는지, 법인 계좌로 유입된 자금 중 합법적 거래에 사용된 부분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법인의 형해화 정도를 다투고, '타인 명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음을 주장합니다.


수사·기소 단계에서 분석하는 경우, 법인 설립 경위, 실제 영업 부재, 수익의 귀속 주체 등 형해화 징표를 체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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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6-03-0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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